[칼럼] 막힌 담을 허무신 보혈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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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레익뷰언약교회 담임목사(시카고)

 

 

“이제는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 14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엡 2:13-14)

 

오랫동안 쌓여온 미움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과거에 내가 얼마나 추악한 죄인이었는지를 기억함과 동시에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제거하기 위해 찢기고 쏟아진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기억해야 합니다. 사도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던 에베소 교회를 향해 예수님이 그의 피와 육체를 내어줌으로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장벽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쌓여진 미움의 장벽도 허무셨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였습니다.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화평의 제물로 자신을 희생시키심으로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을 뿐 아니라 (16절), 원수관계였던 사람들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14절), 그리스도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15절), ‘우리 둘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감을 얻게’ 하셨습니다 (18절). 십자가를 통해 ‘원수 된 것을 소멸시키시고’ (16절) 모든 성도들이 하나 되어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신 것입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만 잘 유지하면 사람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는 어찌돼도 괜찮은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옳바른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사랑 뿐 아니라 이웃사랑을 동반하는 것입니다. 수직목과 수평목이 만나 십자가를 이루듯이 예수님은 하나님과의 관계 뿐 아니라 이웃간의 관계도 회복시키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음을 잊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우리가 이웃과 담을 쌓을 때 우리는 십자가에서 찢겨진 예수님의 몸과 흘려진 그의 뜨거운 피를 헛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 안에 거할 때 어떠한 증오의 벽도 허물어 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세계2차 대전 중 저질러진 일본군의 잔인한 만행에 대해 공부하였고 개인적으로도 일제시대에 가정교회를 인도하시던 친할아버님이 일본순사들에 의해 고문당하시다 순교하셨기 때문에 일본인에 대한 미움의 장벽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 졸업하던 해에 선교여행 중 일본 목사님 집에서 2주일 동안 기거하면서 연로하신 사모님이 보여주신 겸손한 섬김의 모습과 미국에서 온 한국학생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조상의 죄를 사죄하던 일본 목사님의 진실된 회개의 모습을 보면서 제 안에 높이 쌓였던 미움의 장벽이 한순간에 녹아 내려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존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무릎꿇은 일본 목사님을 통해 용서와 화해의 놀라운 역사가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주위에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먼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희생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나의 자아를 십자가에 못박고 미움의 장벽을 허무는 용서와 화해의 발걸음을 내딛으심으로 화평케하는 하나님의 자녀의 삶을 실천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