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든 것에는 전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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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 교회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 “화씨 9/11 (Fahrenheit 9/11)” “트럼프랜드의 마이클 무어 (Michael Moore in TrumpLand)” 등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Michael F. Moore) 감독은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것을 예언하였다. 그는 5가지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다. 첫째는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의 4개 주에 사는 분노와 적의를 품은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등지는 표를 던질 것이고, 둘째는 여성 대통령을 원하지 않은 분노한 백인 남성들의 저항이 표로 표출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또한 세 번째로 구식 정치의 표상인 클린턴 힐러리에 대한 반감과 네 번째는 투표 독려를 하지 않은 의욕을 잃은 샌더스 지지자들의 사표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로 제시 벤투라 효과(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미네소타 주에 은퇴한 프로 레슬러 제시 벤투라가 주지사로 뽑혔던 사건-미국의 병든 정치 시스템을 비꼬는 것)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마이클 무어는 예상한 것이었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고, 그의 말대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마이클 무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인물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어떤 일에 대한 전조(前兆)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미래의 사건으로 진행이 되더라도 거부할 수 없이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전조를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 미리 판단하고 대비하여 준비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기독교는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의 고난 여정을 종교적 경건 기간으로 보내고 있다. 그 가운데 예수가 수난을 받았던 행적들을 더욱 깊이 살펴보고, 그 가운데 경건과 절제의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예수가 고난을 받기 전, 다음과 같이 자신의 내일을 예측했다.

“이에 비유로 이르시되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보라. 싹이 나면 너희가 보고 여름이 가까운 줄을 자연히 아나니. 이와 같이 너희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을 알라.”(눅 21:29-31)

예수는 자신의 수난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 시기가 급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싹이 나면 여름이 오는 줄 알고 낙엽이 지면 겨울이 오는 줄 아는 것처럼, 그 날을 준비하고 예비하라고 명령했었다. 특별히 예수는 무화과나무 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를 보아도 그런 일을 알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비유는 곧 특정한 사건만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는 그 전조와 징후가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예수의 말처럼, 우리는 사실 내일과 미래의 일에 전조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예민하게 느끼고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징조가 우리 주변의 상황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 징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숨겨진 낌새를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 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역사는 과거에서 던져진 질문에 현재가 응답하면서 쓰여진다. 곧 미래는 과거로부터 시작되어 현재를 지나 만나는 내일의 역사이다. 따라서 미래는 진공 속에서 창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나 한국, 아니 세계 곳곳에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 수많은 예측과 가설, 주장이 쏟아지는 세상 속에서 기민한 눈과 귀를 가져야 할 때이다. 그래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이 시대의 역사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더욱 그러한 예민함과 담대함으로 시대 흐름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때이다. 역사의 무화과나무를 자세히 살펴 보자. 그 안에 내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