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의 별을 쏘아 올린 사나이, 온돌에 깃든 그의 꿈과 철학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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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회장이 경기도 광주 오포아울렛 매장 사무실에서 본지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수돌침대 최창환 회장 인터뷰

2025년 9월 4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 장수돌침대 아울렛 매장의 사무실. 초가을의 청명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그가 앉아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목소리, “별이 다섯 개!”를 외치며 전설이 된 사나이, 최창환 회장이었다. 광고 속 강렬한 모습 대신, 역경을 오롯이 통과해 낸 자의 단단함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녹아 있는 미소로 본지 특파원을 맞이했다. 수많은 제품이 전시된 매장을 가로질러 그의 공간으로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운 상패들이 마치 투쟁의 역사를 증언하는 전리품처럼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었다. 수십 년간 지켜온 고객과의 약속, 그 치열함의 증거이자 ‘신뢰’라는 이름으로 벼려낸 훈장이었다. 그의 손을 맞잡는 순간, 거대 기업의 성공 신화가 아닌, 한 인간의 뜨거운 연대기가 혈관을 타고 전해져 왔다.

(주)장수산업 최창환회장이 “별이 다섯개”를 외치고 있다

아내의 눈물, 세상을 데운 온기의 시작
모든 위대한 서사는 가장 사적이고 절박한 고백에서 출발한다. 나는 그에게 거대한 기업의 첫 벽돌을 쌓아 올렸던 그 첫 마음에 대해 물었다. “사업을 하려고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그의 이야기는 치밀한 사업 계획서가 아닌, 아내를 향한 한 남자의 애틋하고 절박한 사랑 고백이었다.
“제 아내가 첫째를 낳고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산후통이 심해 정말 힘들어했습니다. 매일 밤 잠 못 이루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곁에서 지켜보며 남편으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나 괴롭게 했죠. 그때 문득 머리를 스친 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지혜, 전통 온돌이었습니다. 아궁이에서 피어오른 온기가 구들장을 데워 방 전체를 감싸던 그 아랫목의 뜨끈한 온기 말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난방을 넘어 지친 몸을 지지고 마음까지 어루만지던 우리만의 문화였습니다. 아내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직접 돌을 구해다 데워가며 침대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직 아내만을 위한 침대였죠. 그것이 장수돌침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보듬으려던 진심, 그것이 모든 것의 핵이었다. 그는 단순히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아내의 고통을 위로하고 ‘건강’을 되찾아주고픈 진심을 침대에 오롯이 담아냈다. ‘고객 건강’이라는 그의 확고한 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아내의 눈물 속에서 비로소 싹텄다.

별이 다섯 개!” 절박함이 쏘아 올린 전설의 외침
장수돌침대와 최창환을 이야기할 때, 대한민국 광고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의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나는 그 기적과도 같았던 그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청했다. 그는 지금은 웃으며 말했지만, 당시 회사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장수돌침대가 홈쇼핑에서 박을 터뜨리니, 너도나도 ‘장수’라는 이름으로 유사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장수촌 옥돌침대’, ‘장수 구들 침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발명해서 온갖 고생 끝에 이제 막 알리기 시작했는데, 모두가 우리 이름을 도용하니 정말 황당하고 속이 터졌지만 법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죠.” 

바로 그 절박함 속에서, 진짜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외침이 탄생했다.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다섯 개”라는 카피였다. 광고는 무역센터 30층에 있던 사무실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리면 “장수돌침대, 유명한 만큼 유사품이 많습니다”라는 나레이션이 흐른다. 여직원이 “장수돌침대는 어떻게 표현하죠?”라고 묻자, 그가 뒤에서 걸어 나오며 외친다. “별이 다섯 개잖아!” 

“카메라를 빌리고 편집하는 비용까지 전부 합쳐 단돈 300만 원으로 만든 광고입니다. 슈퍼마켓에서 사 온 붉은 별 스티커 다섯 개를 붙이고, 제가 직접 연출하고 모델까지 했죠. 그동안 시장을 개척하며 흘렸던 눈물,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며 쏟아부었던 밤샘의 열정, 그리고 제 모든 것을 건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그 순간 한꺼번에 폭발했습니다. ‘내 모든 것을 걸었다! 이 품질! 이 만족감!’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저도 모르게 ‘별이 다섯 개!’를 외치고 있었죠. 그건 계산된 멘트가 아니라, 제 진심 그 자체였습니다.” 

기술에 철학을 담다, 침대를 넘어 과학으로
장수돌침대의 성공 신화는 비단 광고에만 있지 않았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건강’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고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단순히 따뜻한 침대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건강을 증명하는 침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강한 힘이 실렸다.
“우리 고유의 온돌 문화를 현대 기술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특히 복사열을 이용해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를 전달하는 ‘히팅플로어’ 공법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우리만의 독보적인 특허 기술입니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전자파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했습니다. 업계 최초로 EMF(전자기장환경) 인증을 획득하며 안전성을 입증했죠.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FDA에도 1등급 의료기로 당당히 등록했습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제 믿음을 세상에 증명해 보인 겁니다. 이러한 기술적 신뢰가 있었기에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입증된 가치, 2025 브랜드 대상 수상의 의미
그의 굳건한 철학과 기술력은 시장의 신뢰로 되돌아왔다. 최근 장수돌침대는 ‘2025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19년 연속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쾌거를 이루었다. 나는 이 기념비적인 사건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회장님, 1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 비결이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영광스럽고, 동시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진중해졌다. “19년이라는 세월은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 아닙니까. 그 긴 시간 동안 고객들이 저희를 잊지 않고 최고의 브랜드로 뽑아주신 것은, 저희가 한결같이 ‘건강’이라는 가치를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본질에 집중했고,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정직한 기술로 승부했습니다. 아내를 위해 만들었던 첫 마음,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노력을 알아주신 것이죠. 이번 수상은 과거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채찍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고객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동반자로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에서 자만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더 무거워진 책임감과 고객에 대한 깊은 감사함이 묻어났다.

나눔의 철학, 상생으로 글로벌 무대를 향하다
그의 ‘고객 건강’에 대한 철학은 ‘사회 건강’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최창환 회장의 활동 반경은 기업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국제라이온스협회 활동을 비롯한 그의 꾸준한 사회공헌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와 나누는 것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나보다는 남, 남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삽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라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IMF 외환위기 때, 모두가 직원을 해고하며 허리띠를 졸라맬 때도 저는 단 한 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국제라이온스협회 활동이나 여러 사회공헌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는 것뿐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활동들이 해외 시장에 나갈 때 ‘신뢰’라는 가장 큰 자산이 되어 돌아오더군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철학을 가진 기업으로 인정받을 때,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복지재단을 통해 더 체계적이고 폭넓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에게 경영과 나눔은 결코 별개의 활동이 아니었다. ‘함께’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였다.

‘장수(Jangsoo)’, 이름에 세계를 향한 철학을 새기다
그의 나눔과 상생 철학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향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주 시장 진출이라는 큰 목표 앞에서, 현지화를 위해 브랜드명을 바꿀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장수(長壽)’라는 이름이야말로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철학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름의 변경이 아닌, 이름의 ‘가치 확장’을 이야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제품의 품질만큼이나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장수돌침대가 단순히 ‘Made in Korea의 좋은 침대’로만 알려지길 원치 않습니다. 자신의 뿌리인 한국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철학을 가진 기업이라는 스토리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의 전략은 명확했다. 바로 ‘K-ESG 스토리텔링’이었다. 그동안 묵묵히 실천해 온 나눔과 상생의 활동이 글로벌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장수’라는 이름에 한국 기업의 따뜻한 나눔 철학을 더해, 세상에서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는 단순한 사업가를 넘어선 철학자의 모습이었다.

AI와 헬스케어, 100년 기업을 향한 청사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는 전통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지금’이 아닌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침대는 이제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닙니다. 하루의 3분의 1을 보내며 건강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저희는 이미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으로 침대를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비접촉 센서로 수면 중 심박수, 호흡수 등 생체 정보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스마트 온돌침대’를 개발했습니다. 축적된 데이터는 개인 맞춤형 수면 가이드를 제공하고, 건강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줄 수 있죠. 특히 멀리 계신 부모님의 건강을 자녀들이 휴대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패밀리케어’ 기능은, 이민 사회의 동포 여러분처럼 멀리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분들께 기술이 어떻게 가족의 사랑을 더 깊게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100년 기업 장수돌침대는 전통 온돌의 지혜와 최첨단 AI 헬스케어 기술을 융합하여, 전 생애에 걸친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미주 한인 사회에 전하는 마음, “뿌리의 가치를 잊지 마십시오”
인터뷰 말미, 나는 시카고를 비롯한 미주 한인 사회 독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청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머나먼 타국의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의 ‘별’입니다. 장수돌침대의 시작이 한국 고유의 ‘온돌’ 문화였듯, 여러분의 성공 역시 우리의 문화와 정서라는 튼튼한 뿌리 위에 서 있을 때 더욱 빛날 것이라 믿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사무실을 나서는 길, 나는 한 기업인의 성공 신화를 넘어, 한 인간의 진정성 있는 삶의 궤적을 엿본 듯한 충만함을 느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되고, 이제는 AI 기술을 품고 세계인의 건강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뜨거웠다. 그의 열정과 진심이 식지 않는 한, 장수돌침대의 ‘별’은 밤하늘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따뜻하게 빛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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