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캄보디아가 범죄국가는 아닌데”…교민사회도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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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_(프놈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도로에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2025.10.14 son@yna.co.kr

한인회 “납치·감금 만연 나라로 오인”…일부는 교민 이미지 나빠질까 걱정
양국 협력 수사 요청…이번 기회에 각종 범죄 뿌리 뽑아야 주장도

(프놈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여기에 사는 한국 교민이 1만명 가까이 되는데 지금 분위기가 엇갈립니다. 한쪽은 한국 언론 보도로 캄보디아 교민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하고, 다른 쪽은 그런 것 고려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캄보디아에서 각종 범죄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캄보디아에서 20년 넘게 산 사업가 김모씨는 14일(현지시간) 수도 프놈펜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현지 교민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수익 해외 일자리’ 사기를 당한 한국인들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뒤 감금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랐고, 한국 언론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캄보디아 한인회는 올해 현지 범죄 단지인 이른바 ‘웬치’에서 탈출해 귀국한 한국인이 대략 4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연말까지 아직 2개월 넘게 남았는데도 이미 지난해 200명가량의 2배 수준이다. 한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이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8월까지 330건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일부 현지 교민들은 최근 한국 언론의 잇따른 보도로 마치 캄보디아 전체가 ‘범죄 소굴’처럼 비치는 상황을 우려했다. 교민 박모(55)씨는 “어느 나라에서도 범죄는 일어나는데 너무 집중적으로 보도가 되니 한국인들에게 캄보디아 전체가 범죄 국가처럼 보일까 봐 걱정된다”며 “일부 과장된 보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최근에는 프놈펜에 내린 2단계 여행자제를 2.5 단계인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하면서 한국인 관광객도 크게 줄어든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20㎞가량 떨어진 떼쪼 국제공항 입국장에서는 한국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공항에서 만난 캄보디아 현지 택시 기사는 “작년까지는 공항을 오가는 한국인 손님이 많았다”며 “올해 들어 이상하게 공항에 오는 한국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 사는 일부 한인들은 ‘이미지’를 걱정하기보다는 한국과 캄보디아 수사기관이 공조해서 계속 이어지는 ‘범죄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놈펜에 사는 50대 선교사 B씨는 “그동안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우리 정부가 안일한 대응을 한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캄보디아 한인회는 이같이 엇갈린 분위기를 모두 담은 성명서를 통해 교민사회의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한국과 캄보디아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인회는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로 캄보디아 전체가 납치와 감금이 만연한 나라로 오인될 수 있다”며 “교민 사회의 정상적 경제 활동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즉시 주캄보디아 대사와 전문 조사관을 파견해 현지 당국과 협력함으로써 수사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범죄 조직과 연관된 이들은 강제 출국시키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인회는 또 “고수익을 미끼로 한국에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허위 광고도 지속해서 감시해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면서도 해외 경찰에 직접 파견해 한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인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해야 한다고 정부에 재차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