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보딩스쿨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기숙사 생활이 꽃다운 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지켜가야 할 공동체의 규율들이 있다. 이 규율들을 지키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들을 배운다. ‘규율로 정해졌으니 지켜야만 한다’라기 보다는 바른 학습 습관, 생활 습관을 키우기 위해 돕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또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지켜야한다’는 배려의 원리를 배운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은 시간에 관한 것인데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귀가 시간이다. 각 기숙사를 책임지는 교사는 매일 저녁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자기 방에 돌아오는지를 확인한다. 9~10학년은 저녁 8시, 11학년은 저녁 9시, 12학년은 저녁 10시에 기숙사로 귀가해야 한다.
둘째는 자습 시간이다.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12학년생을 빼고 9~11학년은 10시까지는 조용히 혼자 공부해야 한다. 이때는 같은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다른 방에서 공부할 수 없다. 학업에 우선 순위를 두며 또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의미이다. 간혹 학생들 중에는 잠시 친구를 만나러 다녀온다는 이유를 대면서 외출을 요청하는데 이는 통하지 않는다. 도서관에 가거나 교사와 만나 보충 수업을 듣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허락을 받고 기숙사에서 나갈 수 있다.
셋째는 취침 시간이다. 9~11학년생들은 모두 11시에 취침하도록 되어 있고, 12학년생들도 11시 이후에는 모두 자기 방에 있어야 한다. 충분한 취침을 통해 건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도록 장려하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일찍 자는 친구들도 배려하고 교사들과 교사들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행동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주말 저녁에는 귀가 시간도 취침 시간도 느슨하게 해 주지만 학생들 스스로 배려심 있게 잘 행동하는 편이다.
시간 규율을 어겼을 경우 ‘세븐스 sevens’라고 부르는 벌을 받게 된다. 이것은 다음 날 저녁 7시까지 기숙사에 들어오도록 해 자유 시간을 한 시간 반납하도록 하는 벌이다. 다른 기숙사에서는 이것 대신에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는 ‘메븐스 mevens, morning sevens’ 라는 벌을 주기도 한다.
규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딩스쿨은 학생들이 방과 후 액티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필립스 엑시터 등의 보딩스쿨들은 학교 교과 과정 자체가 스포츠와 예술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수업이 끝난 뒤에 각자가 취미활동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 외에도 기숙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매주 토요일에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댄스파티를 열거나 재학생 연주자들을 초청해 콘서트를 연다. 또 정기적으로 마켓과 백화점으로 쇼핑을 갈 수 있도록 무료 버스도 운영한다. 물론 인솔 교사나 당담자가 동승한다.
주말 저녁 메릴 기숙사 거실에서 편하게 어울리는 시간에 한 학생이 한국 노래방 기계를 가지고 와서 즉석 K-pop 파티가 열렸던 기억이 난다. 한국 학생들은 물론이고 어디서 한국노래를 배웠는지 제법 그럴싸하게 따라부르던 외국학생들의 환한 얼굴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경험한 기숙 학교의 삶에는 정해진 수업과 예체능 활동 이외에 학생들의 관심사나 흥미거리를 즐기고 표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학교의 관심과 지원이 든든했다. 학업의 수준만큼 스트레스도 높은 환경이었지만,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10대 학생들이 건강한 방법으로 긴장을 완화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친구들과 삶을 나누는 기숙사 생활이 부모의 간섭이나 잔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꿈의 생활로 보여질 수도 있겠으나 기숙사가 학생들이 원하는 자유와 재미만을 허락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서 얘기한 규율을 지키고 공동체를 배려하는 삶을 배우는 장이 바로 기숙사이다. 자유와 규율 사이에서 공존의 미를 터득해가는 과정은 인성의 발달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다산북스)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