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내려도 가격 올려…‘인플레 핑계’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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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식음료 판매 기업 펩시코의 존 휴스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월 “올해 있을 추가 원가 상승 압박을 완화하는 데 충분할 만큼 가격 인상을 해오고 있다”며 가격 인상 정책을 공식화했다. 펩시코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오른 17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펩시코는 올해 1분기에만 16%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는 펩시코는 가격 인상으로 매출 상승과 순익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공급망 붕괴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렸던 미국 기업들이 최근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의 인상 전략을 고수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세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폭리를 취하면서 실적 잔치를 취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쟁적인 가격 인상 정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직면해 제품 가격 인상 정책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구실로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려 이익을 부풀린 미국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인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난주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품 가격을 가파르게 올린 기업들의 실적은 고공 행진 중이다. 유명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은 29일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5% 이상 올랐다. 앞서 제품 평균 가격을 12% 인상한 결과다. 가격 인상 지향 전략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판매량이 줄어도 이익은 늘어나는 기업도 나타났다. 치약 제조판매업체인 콜게이트 팔몰리브는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6%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판매량은 2% 줄었지만 12%의 가격 인상 덕에 이익이 증가했다. 거대 생활용품 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P&G)도 올 1분기 제품 가격을 10% 올렸다.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 줄었지만 매출이 4% 증가했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익 증가세는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세 속에도 기업들의 가파른 가격 인상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봄 11.7%까지 치솟았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4월 2.3%로 급락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지난 4월 4.93%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각종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기업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NYT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 전략이 물가 인상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의 침체를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제품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소비 패턴이 등장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특히 고객들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고객들은 더 이상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고 있으며 낮은 가격이 최우선 구매 이유가 되고 있다.